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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과 단점은 없다: 상대적 가치와 맥락 중심 사고의 힘

by xylavo 2025. 5. 21.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장점'과 '단점'으로 이분화하여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이 과연 절대적일까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리의 상태에 따라 가치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상대적인 가치 - 절대적인 장단점의 환상

살면서 한 번쯤은 "이건 정말 최악이야"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나중에 보면 전환점이 되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대학에서 원치 않는 과를 가게 되었을 때,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혹은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했을 때. 당시에는 분명 '단점'이자 '불행'으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던 사례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는 현재 상황에서 모든 변수와 미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것이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판단을 내리지만, 이는 불완전한 정보에 기반한 제한된 시각일 뿐입니다. MBTI의 내향성이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단점으로 여겨졌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깊은 사고와 집중력이라는 강점으로 재평가되는 것처럼, 가치는 환경과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프로그래밍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JavaScript의 유연성은 빠른 프로토타이핑에는 장점이지만, 대규모 시스템에서는 버그를 찾기 어려운 단점이 됩니다. Python의 간결함은 배우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행 속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맥락 없는 장단점 비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장점이다' 또는 '단점이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이 환경에서 이 특성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이 더 생산적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직면하는 상황들도 마찬가지로, 절대적 좋고 나쁨이 아니라 특정 환경과 목표 내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단편적인 평가를 넘어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맥락과 시점의 중요성 - 지금 여기에서의 최적화

인생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선형적인 여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 순간 새로운 변수와 조건들이 등장하는 복잡한 방정식에 가깝습니다. 어제의 최적해가 오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고, 지금의 전략이 내일은 쓸모없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지금 여기'에서의 최적화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환경을 내 상태에 맞게 변화시키거나, 내가 환경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통제력을 발휘하는 적극적 방식이고, 후자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수용적 방식입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내 성향에 맞는 직장을 찾는 것은 환경을 선택하는 예시라면,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춰 자기계발하는 것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예시입니다.

개발자로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을 모두 경험합니다. 개발 환경을 자신의 코딩 스타일에 맞게 설정하는 것은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식이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나 언어를 익히는 것은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식입니다. 각자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더 효과적인 접근법은 달라집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빠른 적응력이 필요할 수 있고, 자리 잡힌 기업에서는 환경을 개선하는 시도가 더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양자택일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수용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평온함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용기, 그리고 이 둘을 구분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상황은 고유한 맥락과 시점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선택과 판단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합니다.

강화학습의 렌즈로 바라본 인생 - 환경, 행동, 보상의 순환

최근에 저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화학습의 핵심 요소인 환경(Environment), 행동(Action), 보상(Reward)은 우리 인생의 메커니즘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강화학습에서 에이전트(Agent)는 특정 환경 속에서 행동을 취하고, 그 결과로 보상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는 점점 더 높은 보상을 얻기 위한 최적의 정책(Policy)을 학습합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 속에서 행동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결과(보상 또는 페널티)를 경험하며 성장합니다.

중요한 점은 강화학습에서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이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직 '현재 환경에서 높은 보상을 가져오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글에서 계속 강조해온 주제입니다. 장점과 단점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환경과 목표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강화학습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과제는 '장점'과 '단점'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 현재 환경과 목표에서 최적의 선택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는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가능한 행동들을 탐색하며, 장기적인 보상을 고려하는 사고방식을 요구합니다. 이런 관점은 우리가 실패와 성공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꿔줍니다. 실패는 단순한 페널티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더 나은 행동 선택을 위한 소중한 정보가 됩니다.

 

장점과 단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환경과 맥락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더 넓은 시야와 유연한 판단력을 가져다 줍니다. 어떤 특성이나 상황이 좋은지 나쁜지 단정 짓기보다, 그것이 현재의 환경과 목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고, 최적의 행동을 선택하는 지혜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새로운 환경이자 학습의 기회임을 기억하며, 우리 각자가 자신만의 최적화된 여정을 찾아가길 바랍니다.